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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야기 Histoire de la France

파리에 가고 싶을 땐, 이곳에 가보세요 01

RAPHA Archives 2022. 8. 3. 23:27

-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백화점의 역사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얼마 전, 파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중 클래식한 수단으로 '책에서 만나는 파리'를 소개했었는데,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답은 따로 있었다. 파리를 직접 갈 방법이 마땅찮다면 영상이나 책 말고도 한국에서 오감으로 파리를 느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서래마을? 쁘띠 프랑스? 목동의 파리 공원? 이것들도 괜찮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답안은 바로....... '백화점'이다.

문학에서 만나는 파리, 에밀 졸라의 <집구석들> ↴ ↴ ↴



왜 갑자기 '백화점'일까? 의아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지 모르겠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으니까. 때는 출장차 대전에 갔던 어느 겨울이었다. 식사도 하고 시간도 때울 겸 신세계 백화점에 방문해 1층에 들어선 나는 순간 내가 파리의 백화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리에 있는 브랜드, 파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 배치, 비슷한 인테리어... (파리의 백화점과 유사한 인테리어는 여의도에 새로 생긴 현대 백화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흰 곡선과 천장의 뚫린 공간이 봉 마르쉐를 연상시켰다.) 사실 백화점이라는 뻔한 공간은 만국 공통으로 고만고만한 브랜드들이 서로 대등하게 배치된 장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독 신세계에서 파리 백화점의 분위기를 느낀 이유는 아마... 파리에서 정용진 부회장을 본 곳이 바로 갤러리 라파예트였기 때문이었을까? 오스만 대로의 라파예트 본점 건너편에는 가구와 식품 등을 파는 건물이 있다. 1층에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중국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던 정용진 부회장을 본 적이 있다. 파리에서는 한국의 재벌가도 줄을 서서 식당에 가는구나 했는데, 역시 다른 사람이 대신 줄을 섰고, 때가 되자 부회장이 다시 와서 식당에 들어갔었다.

파리에서 마주쳤던 이런 소소한 즐거움은 여담이지만, 실제로 한국 패션, 뷰티, 푸드 등의 브랜드는 프랑스를 벤치마킹 많이 한다(다른 분야도 말할 것도 없지만). 신세계를 비롯, 국내 굴지의 패션, 뷰티 기업에서 파리에 주재원을 파견하고 정용진 부회장과 같은 CEO들도 직접 방문한다(돌아가신 대한항공 회장님하고 두산의 박서원 대표도 본 적 있음). 백화점에서 파리를 체험했던 이유는,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프랑스 유행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는 그저 파리가 패션과 유행의 도시이기 때문인 것일까? 혹은 백화점이 모셔가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중에 유독 프랑스 것이 많아서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 있겠지만, 단지 이런 이유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전 신세계 지하에서 경악. Recette의 발음은 르(흐)쎄뜨인데... 프랑스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틀릴 수가 있는지. 아무도 검수를 안 했던가요..? 몽몽드는 발음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쳐도...

여의도 현대백화점. 봉 마르쉐의 흰색+나무색 조합을 연상시키는지??
 
 





앞서 말한 '문학에서 만나는 파리, 에밀 졸라의 <집구석들(Pot-Bouille)>'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중 10번째 작품이고, 다음 11번째 소설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사랑스러운(?) 번역이 붙은 <Au bonheur des dames>이다. <집구석들>에서 대표적인 프랑스산 바람둥이를 보여주는 옥타브 무레(Octave Mouret)는 남자판 신데렐라로 성공한 백화점 사장이 되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 나타난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그런 무레가 시골에서 상경한 보잘것없어 보이는 드니즈 보뒤(Denise Baudu)라는 여성에게 빠져, 결국 사장과 점원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 이번에는 - 전형적인 여성판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큰 줄기로만 봤을 땐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한 본질은 디테일에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프랑스 제3공화국(1870~1940)으로, 책 속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위치는 갤러리 라파예트 근처이지만 졸라가 모델로 삼은 것은 세계 첫 백화점인 봉 마르쉐(Le Bon Marché)이다. 노르망디에서 파리로 상경한 아리스티드 부시코(Aristide Boucicaut)라는 청년은 현재 봉 마르쉐 백화점이 있는 rue du Bac의 Petit Saint-Thomas라는 상점에서 일했다. 이곳이 문을 닫자 실직한 부시코는 1838년에 rue de Sèvres와 rue du Bac의 모퉁이에 'Au Bon Marché'라는 이름의 잡화점을 만든 비도(Videau) 형제를 만났다. 상업에 대한 현대적인 아이디어로 그는 곧 비도 형제를 사로잡았고, 1852년 비도 형제와 부시코 부부는 가격표에 표시된 정찰제와 낮은 마진 등의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을 탄생시켰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부시코 부부의 행보에 겁을 먹은 비도 형제가 부부에게 주식을 팔았고 1863년 마침내 부시코 부부는 'Au Bon Marché'의 소유주가 되었다. 프랑스가 국내외적으로 팽창하고 번성했던 시기였던 '아름다운 시절' 전후 등장한 새로운 사회 계층인 부르주아지에 힘입어 오 봉 마르쉐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에밀 졸라는 이 봉 마르쉐를 두고 '현대 상업의 성당(une cathédrale du commerce modern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시코 부부. 동네에 'Boucicaut'역이 있었다. 당시에는 역명의 출처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들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파리에는 유명인의 이름을 딴 역이 많다.

Le Bon March&amp;eacute;가 되기 전의 Au Bon March&amp;eacute;. A. 부시코의 집이라고도 불렀나 보다.

1920년 1층의 모습. 지금이랑 비슷한 건 천장 정도인 것 같다.&amp;nbsp;&amp;copy;Archives Le Bon March&amp;eacute; Rive Gauche


프랑스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이 책을&amp;nbsp; 읽었었는데, 얼마나 인상이&amp;nbsp; 깊었던 지 남편과 사귀고 처음으로 파리에 놀러 갔을 때 동역에서 파리 시내로 걸어가다가 들른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1유로에 득템 했단&amp;nbsp; 거! 그런데.. &amp;nbsp;교과서도 그랬지만.. 왜 1장을 못 넘어가는 거니.


프랑스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이 책을 읽었었는데, 얼마나 인상이 깊었던 지 남편과 사귀고 처음으로 파리에 놀러 갔을 때 동역에서 파리 시내로 걸어가다가 들른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1유로에 득템 했단 거! 그런데.. 교과서도 그랬지만.. 왜 1장을 못 넘어가는 거니.

 

 

 

 

 

 

 

 

 

 

 

 

 

 

 

 

 

 

 

BnF에서 만든 Au Bonheur des dames e-book. 나는 아이패드 앱으로 받았는데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소설을 읽을 수도 있고 관련 테마(졸라, 산업혁명, 상업 등)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할 수도 있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