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moine poru TOUS -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

프랑스 이야기 Histoire de la France 32

Francophile는 왜 anti-French가 됐나? - 어느 (구)사대주의자의 고백

"미술 그만둔 거, 하나님 뜻이 아닌 것 같아." 어느 토요일 오후, 남편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회사로 가는 길에 갑자기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느닷없이 하나님이 왜 나와?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은데, 난 그걸 하나님 뜻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해서 돈을 벌까,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더 벌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중에 유튜브 예찬론자(?)인 남편은 내가 열심히 만들다 그만둔 미술사 유튜브가 아까워서 계속 꾸준히 하면 좋겠다, 계속하면 언젠가 돈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 앞뒤 다 잘라먹고 저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유튜브 그만둔 게, 아니 유튜브를 넘어서 내가 전공을 때려치운 게 내가 그걸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해서 그만둔 ..

파리 쥐와 한국 쥐 - 자유 쥐 vs 노예 쥐?!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나는 유독 쥐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얼마나 싫어했냐면 - 쥐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잊고 있었던 옛 기억이 떠올랐는데 - 어릴 시절 부산에 살 때, 항구 컨테이너에 짐을 가지러 간 적이 있었다. 뜨문뜨문 기억이 나지만 아마도 풋사과를 가지러 갔던 것 같다(문득 드는 의문, 컨테이너 안에 음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때 컨테이너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걸 보았고 풋사과와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쥐를 봤다는 이유로 한동안 풋사과를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 또 때는 프랑스로 교환학생 갔던 2008년, 낭트에 놀러 갔을 때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안 육지와 강 사이(수평 아니고 수직으로.. 설명할 길이 없네)에 사람은 지나다닐 수 없는 틈이 있었는데..

무명한 자 같으나 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리뷰

우리는 왜 독서를 할까? 독서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클릭 한 번이면 다 되는 이 세상에서 왜 굳이 시간을 들여 활자로 인쇄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걸까? 독서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공감 능력 향상을 들고 싶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특히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등장인물의 상황에 공감한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길러진 공감 능력은 점점 더 타인에게 관심 없어지는 삭막하고 이기적인 세상 속에 이웃과 사회를 향한 따뜻한 공감 한 스푼을 첨가한다. 얼마 전 읽은 는 동네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아이 키우는 엄마이자,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어도 여전히 대중에게 낯선 어느 무명배우의 이야기다. 이 글의 주인공은 내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난 '배우엄마' 이..

ㅡ슈퍼스타가 된 가난한 프랑스 이민자가 내게 남긴 것 - 아프리카판 한일전, 프랑스 vs 모로코를 앞두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부터 2016년 UEFA 유로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거쳐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동계 올림픽은 제외함..)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행사를 파리에서 지켜보며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당연히 파리에서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할 것 같았던 일상은 코로나로 완전히 뒤바뀌어버렸고 인생은 한순간에 뒤집혔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 올림픽이 2021년에 치러질 줄 예상한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었듯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 마땅히 파리에서 파리 올림픽을 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나를 비웃듯(2024년 전의 이벤트는 말할 것도 없이),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한국에서 맞게 되었다(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

스미다 강과 템스 강은 분명 다를 것이다 -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유산 보존 풍경

'도쿄타워'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유능한 장난감 기획자 타카리코. 그녀는 짝사랑하는 상대의 집을 보기 위해 매일 2배 이상 걸리는 수상 버스를 타고 출근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하지만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밝히지 못하는 주인공... 짝남의 집에서 보이는 '스카이트리'를 사수하는 수상한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짝남의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그녀는 몰래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러면서 타카라코는 자신의 본심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들은 런던 템즈강변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 ​ ​ 짝사랑하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한 유즈키 아사코의 은 '스미다 강'을 중심으로 한 도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스미다 강...' 의도치 않았지만 지난 1주..

현대 미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 - '예술을 위한 예술'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현대'가 붙은 대부분의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대 소설, 현대 시, 현대 연극, 현대 미술...(현대 차 까지도? ㅎㅎ) 몇 안 되는 예외가 있다면 현대 유산과 현대 역사(서양 한정) 정도일까.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이 취향 덕분에 전공 수업에서 거의 '현대' 또는 'contemporain'이란 단어가 붙은 과목은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점을 채워야 하고 시간표상 어쩔 수 없이 몇몇 과목을 들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현대 연극'이었다. 지금은 C대학 불문과 교수님이 되신 강사 선생님은 참 좋았지만,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는 열린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나는 꽉 닫힌 결말 애호가). 도대체 왜 이런 희곡을 쓴 사람이 노벨 문학..

복원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이유 - 개선문 복원 현장을 가다

며칠 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 뉴스에 나온 도시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수해가 나고 복구하는 데 100이 필요하다면, 예방하는 데에는 10이 필요하다고. 그만큼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무엇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재에서도 이 원칙은 아주 잘 들어맞는다. 문화재가 세상에 등장한 이상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손실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최대한 문화재가 원래 가진 형태나 특성을 유지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행위를 하는 모든 조치를 보존(conservation)이라고 한다. 보존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크게 보면 예방 보존(conservation préventive), 그리고 복원(restauration)이 있다. 예방 보존은 말 그대로 ..

파리에 가고 싶을 땐, 이곳에 가보세요 02

19세기의 파리와 21세기의 대한민국, 150년을 뛰어넘는 보편적 진리 1편 보기 : 파리에 가고 싶을 땐, 이곳에 가보세요 01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132 파리에 가고 싶을 땐, 이곳에 가보세요 01 -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백화점의 역사와 얼마 전, 파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중 클래식한 수단으로 '책에서 만나는 파리'를 rapha-archives.tistory.com 아무튼 우연찮게 한국의 백화점에서 파리를 마주치고 난 후, 오랜만에 을 꺼내 들었다. 한 번 읽었던 책이나 한 번 봤던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안 보는 타입이지만, 백화점에서 파리를 겪은(?) 기념이었달까 오래간만에 읽고 싶어 졌던 것이다..

파리에 가고 싶을 땐, 이곳에 가보세요 01

-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백화점의 역사와 얼마 전, 파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중 클래식한 수단으로 '책에서 만나는 파리'를 소개했었는데,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답은 따로 있었다. 파리를 직접 갈 방법이 마땅찮다면 영상이나 책 말고도 한국에서 오감으로 파리를 느낄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서래마을? 쁘띠 프랑스? 목동의 파리 공원? 이것들도 괜찮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답안은 바로....... '백화점'이다. 문학에서 만나는 파리, 에밀 졸라의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130 에밀 졸라의 에서 만난 19세기 파리건축보존 - 문학과 미술, 그리고 문화유산과의 관계 파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

음악은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 음악과 건축 유산의 진정성에 대하여

몇 번 얘기한 것처럼 의외로 많은 음악 전공자들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 덕분에 프랑스에서 음대 출신 선후배를 많이 만나 교류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마주치기 힘들었을 낯선 분야의 전문가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새로운 자극을 주었고 특히 예술가로 살아가는 친구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음악 전공자만이 알 수 있는 파리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공연을 접하기도 했다. '예술'을 업으로 살아가는 일은 분명 힘들고 고된 길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예술가로서의 본능이기도 했고, 또 사명이기도 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DP)을 필두로 여러 콩세르바투아(Conservatoire)에 다니며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음악 전공자 친구들이 그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음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