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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야기 Histoire de la France

가을밤 덕수궁에서 프랑스를 생각하다 -음악도 복원하는 문화 민주주의의 나라 프랑스 02

RAPHA Archives 2021. 11. 27. 00:01

#2. '문화가 있는 날'의 원조 프랑스

덕수궁에 들어가기 몇 십분 전. 갑자기 덕수궁 입장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덕수궁 입장료는 1,000원밖에 안 하지만 석조전 음악회는 전석 무료 공연인데 입장료를 받는 게 말이 되는가, 입장할 때 예약 문자를 보여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아니면 1,000원밖에 안 하니까 그냥 내고 들어갈까? 따로 안내가 나와있지 않아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는데, 이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라 덕수궁 자체가 무료입장이라는 게 아닌가. 덕수궁 무료입장으로 전석 무료 관람의 취지를 살릴 수도 있고(입장료 금액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한다"는 문화가 있는 날의 목표와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특별 문화행사인 석조전 음악회가 딱 들어맞는 너무나 귀여운(?)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 프랑스를 벤치마킹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프랑스에도 '문화가 있는 날'이 존재한다. 우선 매월 첫 번째 일요일마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을 무료로 개방을 한다. 세계 박물관의 날인 5월 18일과 가장 가까운 토요일에는 사립 박물관/미술관도 참여하는 '유럽 박물관의 밤'이 열려, 밤부터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9월 셋째 주 '유럽 문화유산의 날'에도 평소 개방하지 않는 여러 시설들이 무료로 개방된다. 그 밖에도 뉘 블랑쉬를 비롯한 크고 작은 행사 때도 무료로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날에는 석조전 음악회처럼 박물관 내에서 다양한 공연이 열리곤 한다. 

 

이런 무료 개방의 역사에는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짜들이 있다. 1984년 9월 23일에는 당시 문화부 장관인 자크 랑(Jack Lang)의 주도로 '역사적 기념물 개방일(Jornée portes ouvertes dans les monuments historiques)'이 제정되었다. 역사적 기념물 개방일의 성공에 힘입어 (여전히 자크 랑이) 이 날을 유럽 차원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에 따라 1985년 10월 3일 '문화유산의 날(Journée du Patrimoine)'이 탄생했다. 이것이 지금 알고 있는 '유럽 문화유산의 날'의 시작이다. 

 

 

문화 정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다.
 

장 미셸 지앙의 < 문화는 정치다 Politique culturelle : la fin d'un mythe >라는 책의 강렬한 도입부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문화예술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는 문화 민주주의는 프랑스 문화정책의 핵심이자 프랑스의 아이덴티티이다. 약 20년 전에 도입된 박물관/미술관 및 기념물 무료입장은 문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프랑스 정부의 결단으로 앞서 말한  '유럽 문화유산의 날', '유럽 박물관의 밤'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 혜택을 오늘날 우리도 누리고 있다.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술가의 (창작) 재능은 없어 늘 창작하는 직업에 열등감을 가졌던 나는 파리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무대 위 단원들의 삶의 만족도가 궁금했다. 예술의 도시에서 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을 하고 있는 그들은 행복할까? 프랑스에서 만났던 음대 후배들이 음악은 취미로 할 때 아름답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한 것처럼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그게 '일'이고 '직업'이 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인데.. 아마 그렇게 가고 싶었던 파리에서 게으르게 살고 있던 나의 현실과 더 비교되어 연주자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이라는 창작의 도구를 찾은 나는 더 이상 열등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이렇게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며 나의 도구로 나의 일을 하고 있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오롯이 음악만 즐길 수 있었던 덕수궁의 (추운) 가을밤이었다. 

 

물론 여전히 연주는 하고 싶지만!

 

 

 

키신 님 공연 후 감상.. 2년이 지난 지금의 나, 더 잘하고 있지?

 

 

 

 

P.S. 

여전히 연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 음악인의 사진s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던 저 귀여운 어린이는 어디 가고... 아 세월이여;;

 

 

 

피아노 배울 때 바이올린도 배웠던 기억은 있지만 치는 법은 기억이 안 나서 파리에서 새로 배운 적이 있다. 꼭 바이올린을 다시 하고 싶어서 서울 풍물시장에서 무려 3만원을 주고 구매하였는데 저렇게 장식용으로 전락해버렸다. 선생님한테 테이프 절대 안 붙인다고 우기다가 붙였는데 그 뒤로 수업을 안 가서 테이프만 덩그러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