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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예술과 만난다면?

RAPHA Archives 2020. 9. 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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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블록체인 기술이 예술과 만난다면?

 

예술과 블록체인, 얼핏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둘을 이으려는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를 알기 위해선 온라인 미술 시장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미술 시장은 시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화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예술품과 귀중품 전문 보험사인 히스콕스(Hiscox)의 2018년 온라인 미술 시장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예술품 구매자 중 10명 중 4명(43%)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습니다.

온라인 미술 시장과 전통적 미술 시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통적 미술 시장에선 작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 미술 시장에서는 직접 작품을 느낄 수 없죠.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런데 3D 이미지나 증강현실 기술 등으로 인해 이 차이는 좁혀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미술 시장에서의 정보는 더 개방적입니다. 그만큼 시장에 접근하는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전화번호부나 사전에 필적하는 두께의 경매 카탈로그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작품의 모든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블로그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구매자의 의견, 예술가의 평판, 만족도와 같은 정보도 구할 수 있습니다. 대형 경매회사와 갤러리 등에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던 예술가는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졌습니다. 이런 미술 시장의 디지털화는 그동안 불투명한 구조로 인해 불법 자금의 통로라는 오명을 쓴 미술 시장을 투명하게 합니다. 신뢰가 회복되는 거죠.

물론 문제점도 있습니다. 위작 문제입니다. 실제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구매자는 불신할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예술이 만납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적인 특징은 투명성과 분산화입니다. 한번 기록된 정보를 위조하거나 변조할 수 없으며, 정보는 여러 주체가 공유합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미술 시장에서 큰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술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사용하려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수집가들이 사들인 작품을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P2P 플랫폼을 만든 것이 아르테이아(Arteia)의 시작입니다. 2018년부터 상용화된 이 플랫폼에는 수만 점의 작품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과 수집가들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플랫폼에서 쓰이는 암호화폐 ARTK를 구매해 가입할 수 있고,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카탈로그를 구독할 수 있죠. 사용자가 작품의 출처나 세부 정보를 추가하거나 출처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기도 합니다. 플랫폼을 통해 수집가는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작품을 안전하게 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기록되고 이행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미술 작품 출처 추적기는 긴 작품의 역사를 축적합니다. 이는 각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활용됩니다. 아르테이아의 신뢰도는 더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수집가 간의 P2P 연결을 통해 직접 판매가 가능하고 가격 예측 및 추세 분석을 구현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르테이아의 장기적 목표는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미술 시장의 글로벌 플랫폼이 되어 디지털 세계가 실제 예술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모누마(Monuma)는 에꼴 뒤 루브르를 졸업하고 여러 보험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두 명의 예술 전문가가 지난 2017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들이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좋은 조건으로 수집가들이 자신의 자산을 감정하고 평가하고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위조될 수 없으며 데이터를 보호하고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감정은 전문가를 직접 만나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모누마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안전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문 지식을 더 쉽게 이용할 수가 있다고 평가받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개인뿐만 아니라 보험사,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술 시장은 대규모 경매장과 100여 명의 예술가들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경매 회사의 높은 수수료와 불투명한 자금의 문제 또한 자주 언급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블록체인과 미술 시장의 만남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 시장에서의 투명성과 유동성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합니다./작성 정수민 디센터 크루(문화예술 칼럼리스트), 편집 심두보 기자 sdb@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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