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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문화유산 교육 : 시詩에 빠진 문화유산

RAPHA Archives 2021. 8. 15. 02:59

유럽 문화유산의 날은 남녀노소, 프랑스인이나 외국인이나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평소에 방문할 수 없었던 곳을 직접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그곳에서는 아뜰리에, 공연, 가이드, 특별전...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그럼에도 유난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욱 돋보이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미래의 문화유산을 짊어지고 갈 수호자이기 때문이겠죠.

 

일드프랑스의 DRAC에서는 올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맞이하여 어린이를 위한 문화유산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일드프랑스 지역의 문화유산에 관한 시를 짓는 시 경연대회입니다. 

문화유산과 시라니,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이 대회는 벌써 6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 photo : Région Île-de-France

 

대상은 8세에서 12세까지의 아동이며 앞서 말했듯 일드프랑스 지역 문화유산이 그 대상입니다. 

하지만 문화유산에는 꼭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념물을 포함하여 자연 유산, 산업, 미식, 음악, 문학, 등... 모든 종류의 유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대회의 우승자에게는 박물관 입장권, 문화 상품권, 대회 협력사 잡지 구독권 등과 같은 특별한 상품이 수여됩니다. 

(저도 참가하고 싶네요..)

 

근데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참가하는지 궁금했는데요.

.....

2020년에는 무려 1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이제 2020년 수상작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우선 수상작을 이야기하기 전에, 2020년 수상작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놀랐던 점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도 겹치는 것 없이 주제가 굉장히 다양했던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아이들의 작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단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더 놀라웠던 건, 수상한 아이들의 인터뷰였는데요. 

물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겠지만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왜 그 주제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문화유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8-10세 개인 수상자 중 1위를 한 학생은 파리 1구의 생 외스타슈 교회의 오르간에 대한 시를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종이에 불을 붙여 가장자리에 모양을 만들고 장미창과 파이프를 붙여 오르간 느낌을 냈습니다.  

© photo : Région Île-de-France

 

11-12세 그룹 수상자 중 1위를 한 학생은 16구의 메종 드 발자크를 선택하여 '커피 한 잔'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습니다.

하루 50잔의 커피를 마시던 발자크와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커피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시 하단에는 발자크와 커피가 그려져 있습니다. 커피에는 작가가 반사된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커피를 마시면서 작품을 끝낸 작가를 커피에 반사된 모습으로 담았다고 합니다. 

 

© photo : Région Île-de-France

 

문학 전공 수업 중 유일하게 시 수업은 안 들었었는데..

내용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어의 차이는 당연히 차치하고서라도 

프랑스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을 접해온 환경의 차이를 인식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뿌리 삼아 일상생활로 자라온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수상한 학생들을 보며 다시 한번 문화유산의 역할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국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그것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교육 수단으로 탄생한 역사적 기념물과 문화재의 개념.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교육으로써의 문화유산의 역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교육되고 전승되어 겹겹이 쌓인 역사 앞에서 

외부인인 제가 느끼는 좌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분명 이 외부인의 시선도 어디선가 필요한 곳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문화유산 속에서 저의 역할을 되새겨 보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