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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화유산정책 Politique française

프라고나르 작품을 통해 본 프랑스의 박물관 정책

RAPHA Archives 2021. 8. 17. 01:06

여러분은 어떤 화가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시대는 언제인가요?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자신이 연구해야 할 시대를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술사를 전공한다고 하면 보통 어느 시대를 연구하냐고 먼저 물어보고는 하죠.

 

저는 건축 문화유산의 보존을 전공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대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만약 회화를 전공했다면 아마 저는 로코코 시대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벨 에포크의 아르누보와 더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대이고 가장 좋아하는 양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는 로코코 시대의 3대장 와토, 부셰, 그리고 프라고나르입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화가 중 하나인 프라고나르의 미발표 작품에 대한 소식입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미발표 작품인 Le Jeu de la Palette와 La Bascule은 1786년 그림이 판매된 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17년 수출 증명서 신청을 계기로 세상에 다시 등장하였는데요. 

이 그림들은 프라고나르가 처음 이탈리아에 체류할 당시 이탈리아 자연과 정원에서 느꼈던 그의 취향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Le jeu de la bascule, Fragonard

 

 

 

 

Le jeu de la palette, Fragonard 

 

 

프랑스 영토를 떠날 뻔한 이 그림들은 국보 Trésor national로 분류되어 프랑스 땅에 남게 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지원, Fonds du patrimoine(문화유산 기금)을 통한 국가의 직접적 지원, Webhelp라는 기업의 메세나 덕분에 작품을 인수할 수 있었는데, 그림 구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기업 메세나에 유리한 일반세법의 국보 과세제도 덕분에 과감하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국가에 인수된 프라고나르의 두 작품은 몽펠리에 파브르 박물관에 특별 위탁되었습니다. 

이것은 이 지역의 프랑스 박물관 국립 컬렉션 목록을 풍부하게 하려는, 문화부 주도의 프랑스 박물관 지원 정책을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파브르 박물관일까요?

예술가들의 이탈리아 여행, 특히 로마의 아카데미 프랑스 수상자의 이탈리아 체류라는 주제는 파브르 박물관의 컬렉션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입니다. 니콜라 푸생, 자크 루이 다비드, 프랑수아 자비에 파브르, 알렉상드르 카바넬 등과 같은 인물을 통해 수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에 대한 화가들의 열정과 취향, 사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탈리아 자연을 담은 프라고나르의 작품들은 지오반니 파올로 파니니, 조셉 베르네, 위베르 로베르, 피에르 앙리 드 발랑시엔과 같은 자연에 대해 특별한 취향을 표현하는 계몽 시대의 유명한 풍경화가의 다른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2007년 파브르 박물관 재개관 이후 수행된 박물관 컬렉션 수집 정책을 소개하기 위하여 2021년 12월 6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4세기 동안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난 뒤 다시 한번 이건희 박물관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출신 작가와 작품에 깃든 사연까지 고려하여 여러 지역에 작품을 기증하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 40여 곳이 유치 경합을 벌였던 이건희 박물관(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건희 기증관))은 결국 서울에 짓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지역의 균형 발전보다 결국 보다 많은 국민의 향유권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수도가 최종 낙찰이 된 것인데요.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이냐 또는 접근성이냐 이 문제는 항상 문화예술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였던 프랑스는 문화 민주화, 문화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문화 지방 분권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적인 작품이 수도 없이 많은 프랑스이기 때문에 꼭 파리에 모든 박물관과 작품이 있을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문화 접근에 대한 불평등을 줄이고 공공 투자의 영역인 문화유산과 창작물을 소수자가 독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절대적인 작품 수와 문화 인프라에서 차이를 보이는 프랑스의 사례와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우리의 문화예술정책이 어디로 나아가면 좋을지 이런 프랑스의 사례를 거울삼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