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 백건우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윤정희 선생님의 알츠하이머가 점점 심해져 가족 말고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기사였다.
올해 초 한국을 뒤흔든 소식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모 배우가 알츠하이머에 걸렸고 남편이 오랫동안 방치해왔다는 내용의 청원이었다.
자연스럽게 기억은 3년 전 파리의 크리스마스로 거슬러 간다.
연말이라 사람이 없었던 파리,
남편과 나는 한 중국 레스토랑을 찾았다.
백건우, 윤정희 부부가 파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곳이라고 했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구글 지도에 의지해서 위치로 찾아냈는데 기사에 나와 있네.... 아무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근 50년을 그렇게 살아온 부부의 발자취를 따라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 부부도 그곳에 방문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유명한 배우,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였지만
몽마르트르 언덕 밑 옥탑방에서 함께 살았고 7평 되는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발길 닿는 대로, 파리 전체가 이들의 집이었다.
그때 했던 이야기, 그때의 생각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하나 기억나는 건
울컥한 마음
그때나 지금이나.
파리에서 신혼을 시작한 우리와 오버랩이 되어 보였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여배우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일까?
처음 만난 순간부터 40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 한결같은 그 사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젊음과 우리의 젊음과 그들의 젊음이 잠겨있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빛나던 그때 그 시절의 파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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