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파리에서는 '파리 최고의 바게트' 상을 시상하여 파리 최고의 제빵사와 바게트를 뽑는다.
무작위로 뽑힌 파리 시민이 심사위원이 되어 파리에서 제일 맛있는 바게트를 심사하게 된다.
최고의 바게트를 심사하는 기준은 5가지로, 다음과 같다.
굽기
맛
빵의 속살
벌집 구멍
그리고 모양
바게트의 규격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길이는 55cm에서 70cm, 무게는 250에서 300g, 소금 함량은 밀가루 1kg당 18g
우연히 Maubert mutalité 역 앞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사 먹었는데
그 집에도 이런 빵 콩쿠르(?) 우승 팻말이 붙어있었다.
빵은 진짜 맛있었다. 물론 어느 빵집에서 사 먹어도 정말 맛있지만.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전국 단위로도 바게트 경연대회를 한다.
이름하야 프랑스 최고의 전통 바게트 콩쿠르! (경연대회라고 해두자)
체류증을 갱신하면 꼭 가야 하는 파리 경시청 및 노트르담 성당 광장에서 열린 2018년 바게트 대회 결승전을 취재하러 갔다.
전통 바게트에는 밀가루, 물, 소금, 효모 외에 다른 첨가물을 넣으면 안 된다.
1993년 9월 13일 Pain de Traditionnel française라는 법령이 발효되어 이 전통 바게트 레시피를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별의별 법이 다 있다 싶지만 이런 프랑스의 유난스러움이 참 좋다.
프랑스 미식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록시킨 나라인데 이 정도는 관리해야지.
참고로 전통 바게트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당시 우승은 프랑스 해외 영토인 레위니옹에서 온 젊은 제빵사 Laurent Encatassamy가 차지했다.
젊어서 한 번 놀랐고, 해외 영토에서 와서 한 번 더 놀랐다.
바게트는 쉽게, 싸게 먹을 수 있는 필수 음식이지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숙성, 반죽, 발효, 굽기 등의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계속해서 관리해줘야 한다.
그래서 젊은 제빵사들이 바게트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아침에 갓 구운 바게트를 팔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분주히 준비해야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아침 일찍 나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항상 집 앞의 빵집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려 보이는 앳된 소년이 바게트를 굽고 있었다.
일찍 나갈 때마다 항상 목격했다.
프랑스 문화유산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꿈나무
전 세계 어디나 다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강력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이러한 전통은 급격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도 (법령이든, 유네스코 등록이든, 경연대회 등) 다방면의 노력으로 이 전통 바게트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때 먹은 바게트는 진짜 맛있었다.
마트에서 사는 바게트는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지는데,
여기서 가져온 바게트는 며칠이 지나도 겉바속촉!
한국에서도 프랑스 물, 밀가루, 소금, 이스트를 사용할 텐데
도대체 왜 맛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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