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밤공기가 제법 시원해진 여름의 끝자락, 경기도 모 지역에서 시작된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경기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름 식중독의 주원인은 주로 달걀에서 발생하는 살모넬라 균 때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유럽에서도 달걀 파동이 있었다. 바로 살충제(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 유럽에 유통된 것이다. 그 난리통에 프랑스 닭 사육 농가를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프랑스에는 '빨간 라벨(Rouge Label)'이 있는데, 이는 유사한 다른 일반 제품(농식품) 보다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고 있음을 인증하는 프랑스 품질 표시이다. 국가에서 부여하며 INAO라는 국립 원산지 및 품질 연구소에서 관리한다.
이 빨간 라벨을 받으려면 닭 사육 공간, 방법, 환경, 먹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유롭게 넓은 공간에서 기르며 유기농 사료를 먹인 닭과 그 달걀이 아무래도 가장 좋은 품질로 인정받는다. 이렇게 까다롭게 관리되어서(?)일까? 프랑스 비싼 마트에 가도 고기나 채소가 비싸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달걀이나 닭은 항상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꼭 달걀은 (닭은 잘 안 먹어서...) 가장 싼 마트로 원정 가서 구매하고는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프랑스 전문가들은 어느 분야든 항상 자신의 일에 긍지를 보여주었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며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동물 사육 환경은 동물 복지와 환경과도 연관이 있었다. 닭을 자유롭게 방목하고, m2당 닭의 밀집도까지 까다롭게 관리하니 동물도, 그 동물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도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닭장에서 기르는 경우도 많지만..) 심지어 얼마 전 다녀온 러시아의 사슴 사육 환경도 정말 환상적이었다. 땅덩이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치더라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똑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으려면 우리도 이런 자부심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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