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정신이 모두 피폐해져 가던 9월 중순의 어느 날
루틴을 싫어하던 프리랜서는 남은 9월 동안, 아니 딱 1주만이라도 루틴을 실행해보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일단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성으로 인해 근무 시간이 오후로 밀리게 되고 거기다가 12시가 지나기 전 채워야 하는 만보까지 겹친.....루틴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퍼지고 말았다...
몇 달 전 회사 다닐 때
퇴근하는 길에 차를 가드레일에 박아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면서
이러다가 정말 뭔 일 날 것 같아서 그만뒀는데
그때의 압박이 또다시 나를 짓눌렀던 것이다.
마감 마감 마감...
사실 마감보다도 제일 스트레스받는 건 어디까지가 최선이고 무엇이 최고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물론 이건 회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하면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는데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해서 그만둔 것이다...)
프리랜서는 설정해두지 않으면 일과 쉼의 경계가 없으니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압박을 느끼려고 한다면 한없이 끝없이 느낄 수가 있는 것...
아무튼 또다시 회사 퇴근 시간에 차를 박고 죽어버리고 싶었던 그때처럼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일단 루틴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가장 먼저 깬 루틴은 만보 채우기..
사실 건강이 제일 중요한데 만보를 채우러 나가는 압박과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커서 가장 먼저 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석을 기점으로 확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9 to 6 대신 다시 내 패턴대로 업무 시간을 맞추고
대신 몇 시까지만 일하자, 이걸 정하게 되었다.
마감은 안 지킬 수 없고, 또 계약은 파기할 수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만보걷기를 안하니 집에만 갇혀 있었는데 한 6일 동안 집밖을 한 번도 안 나갔다...그렇게 하고 싶은대로 며칠 동안 퍼져있었고
결과는...?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다행.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알면서도 당분간 그 문제를 제거할 수 없으니까...
대신 그게 끝나면 좀 더 나아지겠지?
10월 1일이 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10월 1일부터 다시 걸으려고 했는데
하필 또 비가 억수같이 오네
P.S.
1913년 어떤 영국 사람이 오토 크롬 기법으로 찍어준 딸 사진을 보았고 보자마자 노르망디 해변이 떠올랐다. 분명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두고 노르망디와 마주 보는 영국 알바트르 해안이겠지.. 파리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는 노르망디라 기차값 비싼 프랑스에서 가장 만만하게(?) 갈 수 있었던 여행지가 바로 노르망디였다. 게다가 노르망디(a.k.a. 에트르타)는 뤼팡 마니아에게 그냥 여행지가 아닌 성지 순례이기도 했지만... 휴가 때마다, 주말에 친구들하고 노르망디만 간다고 지겹다고 했는데 노르망디 지겹다고 한 과거의 나 어디 갔니? 아무튼 이렇게 힘들 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데, 노르망디가 아른거려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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