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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단상 斷想 4 - 노트르담의 미래,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RAPHA Archives 2021. 7. 29. 02:27

지난 3편까지는 2019년의 이야기였고
드디어 2020년으로 넘어간다.

노트르담은 어떻게 복원될 것인가?

최근에서야 화재 직전의 모습인 비올레르뒥의 모델을 따라 복원하기로 결정되었지만
2년이란 시간 동안 아마 노트르담 최고의 논쟁거리라 함은 바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을 것이다.

주 쟁점은
현대식으로 아예 새롭게 지어야 한다.
꼭대기에 정원을 짓거나 (?) 수영장을 만들거나(-_-?) 온실을 만들거나 (-_-;) 등등
vs
원형 그대로, 우리가 원래 알던 첨탑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
원형 그대로 복원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원형은 아니다.

노트르담 단상 2라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프랑스혁명 당시 노트르담은 고난을 당했고
그 뒷수습을 위해 비올레르뒥이 등판하여
19세기에 새롭게 복원한 모습이 바로 우리가 아는 노트르담이기 때문이다.


문화재 복원에서 원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문화재 복원의 기본 원칙이 바로 원형 복원이기 때문이다.
원형의 문제는 문화재 복원에서 중요한 개념인 진정성(authenticité)과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재가 다 원형을 따라 복원을 할 수 없으니
어느 시점으로 복원을 할 것인가, 무엇을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을 합의하고 후대를 위해 기록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세기 문화재 보존, 복원 개념이 정립될 시기에
유럽을 양분하던 두 가지 개념이 있었다.
하나는 존 러스킨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것으로 원형 그대로, 현재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은 no
다른 하나는 노트르담 복원의 주인공인 프랑스의 비올레르뒥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미술사 양식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따라 현재 우리가 아는 노트르담의 모습은 비올레르뒥이 재창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진정성을 따지자면 한참을 못 미치는 복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복원하기로 결정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이제는 잘 되길 지켜보는 수밖에!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이 없다....
그만큼 설레고 흥분되는 주제.


어쨌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복원 방향이 결정이 났지만,
2020년에는 여전히 논란이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떤 한 단체는 노트르담 원형(19세기 비올레르뒥의 것) 복원을 촉구하기 위한 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Association ouvrière des Compagnons du devoir et du Tour de France라는 엄청 긴 이름의 단체로
노트르담 단상 3편에서 말한, 프랑스의 별의별 단체 중 하나이며, 옛날의 전통적인 (도제 살이 이후 직인이 스승의 집에서 하는) 의무적인 수습기간에 따라 여러 직업의 훈련, 교육 및 실습을 목적으로 하는 협회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프랑스에는 별의별 단체가 다 있다.

저 여러 직업 중 하나에 목수가 포함되어 있고
이 목수 과정을 배우는 학생들이 화재로 불탄 노트르담 목조 골조 모형을 만들어서 Pantin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협회와 직업 소개도 하고.

이곳에서 노트르담 복원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source https://www.leparisien.fr/seine-saint-denis-93/pantin-les-compagnons-du-devoir-redonnent-vie-a-la-charpente-disparue-de-notre-dame-de-paris-11-02-2020-8257737.php



노트르담 복원에는 경력이 10년 이상이 되는 목수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목조 골조 모형을 만든 이 학생들은 당장 복원에 투입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조 골조 복원대로 결론이 난 만큼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기나 긴 복원 작업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5년은 말도 안 됨 ㅋㅋ)
이 학생들은 분명 훌륭한 미래 자원으로 성장할 것이고 또 언젠가 학생들을 필요로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현장에서 들어본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꿈이 넘쳐났다.


일단 노트르담의 원형이 무엇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복원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과
그 복원 과정 동안 미래의 복원 꿈나무들을 교육시키는 체계.

여기서 또 문화유산에는 정말로 진심인 프랑스의 힘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