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와 얽힌 라벤나의 이야기
볼로냐 공항에서 손님을 배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라벤나로 차를 돌렸다.
어느 유럽 나라나 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는 정말 볼거리가 많다.
출장을 마치고 밀라노에서 파리로 떠나기 하루 전날, 볼로냐를 갈까 피렌체를 다시 갈까
아님 제 3의 도시를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중
고속도로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라벤나에 간 것은 정말 신의 선물이었다.
우선 그 이유는 1에서 말한, 미술사 책에서만 보아왔던(물론 이러한 일도 유럽에서는 한두 번이 아니지만...)
비잔틴 미술의 정수를 실제로 보게 된 것.
그리고 피렌체나 볼로냐와는 달리
라벤나는 따로 시간을 내서 올 도시가 아니었단 것.
이러한 기회가 아니었으면
아름다운 중세 도시 라벤나를 볼 일이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
볼로냐 공항에서 약 1시간을 달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당연히 산 비탈레 성당이었다.
성당 입구에서는 입장권을 팔고 있었는데 5개 성당, 박물관 등을 묶어서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우리를 중세 시대로 데려다 줄 그것.
https://www.ravennamosaici.it/en/entrance-time-and-prices#tickets
잔뜩 기대하고 방문한 산 비탈레 성당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유럽의 많은 성당을 방문했다고 자부하는데
이곳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었다.
1x 년 전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에서 들었던 중세 미술의 특징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황금과 모자이크인데
바로 이 특징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니 곰브리치 책에 예시로 등장했겠지만.
중세 시대부터 고딕, 바로크, 로코코 양식 등등을 거치며
유럽인들은 화려한 성당을 지었다.
그 이유로는
지상에서 미리 천국을 맛보기 위함,
절대자와 교회의 권위,
신자를 교육하기 위한 수단 등이 있다.
산 비탈레는 지상에서 맛볼 수 있는 천국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산 비탈레의 외관은 고딕처럼 높은 첨탑도 없고 바로크처럼 화려한 곡선 없는 대신 오히려 수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진짜는 내부에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사람을 압도하는 황금빛 물결...
정말 천국은 이런 곳일까?
아니 천국은 이보다 더 아름다울 텐데
그렇다면 천국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천국 소망이 들었다.
21세기에도 중세 성당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ㅎㅎ
바로크 성당과 고딕 성당의 돔과는 또 다른 느낌의 비잔틴 성당.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을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봐도 봐도 그때의 전율이 생각나며 소름이 돋는다...
막간을 이용한 petite histoire
- 클림트가 이곳에 두 번이나 방문했고 이 황금빛 양식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괜히 클림트가 황금의 화가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 보다.
- Ecclesius 주교는 콘스탄티노플을 여행한 후 525년에 산 비탈레 성당을 착공하여 547년 Maximien 주교가 완성하였다.
이들은 ECLESIUSEPIS, MAXIMIANUS라는 이름으로 모자이크에 남아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있다!
- 당연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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