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중 백신 접종률 하위권을 자랑하는 프랑스(그래도 49.7%나 된다. 한국은 14.9%)
친 백신 정책과 백신 접종 의무화, 백신 여권을 반대하는 시위가 시도 때도 없이 열리고 있다.
시위의 나라 프랑스이니 딱히 놀랍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시국에 마스크 없이 23만 명이 넘게 모였다는 사실은 incroyable.
역시 어메이징한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왜 그렇게 백신을 거부할까?
안에서 지켜본 바로는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유의 수호와 통제 사회의 거부라는 이름으로.
작년 3월 처음 봉쇄령이 시작되었을 때
외출을 하려면 통행증이 필요했는데
(그냥 내가 쓰는 수준이긴 하지만 외출하는 이유 중 하나를 체크해야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증명할 방법도 필요했다)
그때도 이 통행증을 격렬하게 거부했었다.
봉쇄령이 길어지면서
사람이 없어서 텅텅 빈 세느 강변을 달리던 사람들
날씨가 좋으니 슬슬 나오기 시작하던 사람들
당연히 마스크 안 쓰는 건 덤이고.
그 분위기에 익숙했던 나도 마스크에 위생장갑을 낀 친구한테
절대 마스크 안 쓸 거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비행기 탔을 때도 그때는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었던지라
친구가 그 귀하던 마스크를 챙겨줬는데도 쓰지 않았다.
공기 순환이 상하로 잘 되니 기내는 오히려 위험하지 않다면서...
그러던 내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자가격리 앱을 깔아 2주 동안 통제당하고
이제는 9시간 반 비행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는(물론 이제는 기내 마스크 착용 필수이지만..)
거뜬하게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아니 오히려 마스크를 벗으면 어색한 그런 사람이 되었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앞서 내가 말한 대로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이자 자유를 위해 왕의 목도 잘라버렸던
프랑스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위의 팻말의 뜻은 마크롱, 베랑-보건부 장관, 카스텍스-총리가 우리의 자유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고
아래 팻말에서는 위생 테러라고 하면서 나는 복종, 순응, 굴복,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리에 피도 마르기 전부터 유럽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는
유럽의 건축과 자유를 위시한 개인주의 때문이었다.
원래도 개인주의적인 성격인 데다 어릴 때부터 유럽의 좋은 면만 보고 알고 자란 나는
상대적으로 집단적이고 위계적인 한국 사회에 비해
유럽의 이것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행이 아니라, 단기간 체류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프랑스 사회의 내부에서 겪은 프랑스는 사뭇 달랐다.
이 심각한 와중에도 자신의 감정과 행복, 자유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물론 무엇이 옳은지 그건 개인의 판단이겠지만..)
그동안 누구보다 나밖에 모르고 살았던 나도
밖에서 보면 이렇게 한심스럽게 살아왔겠구나 싶었다.
세상에는 100% 완벽한 건 없고 100% 진리인 것도 없으며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것도 결코 좋은 게 아님을...
그리고 내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코로나 시국에 얻은 감사 중 하나.
p.s. 사실 나도 백신 맞기 싫은데
엄연히 말하면 쟤네는 안 맞는 거고 우리는 못 맞는 거지만
자유와 통제라는 개념보다도
안 맞고 걸려서 죽을 확률보다 맞고 죽을 확률이 더 높은 거 같아서.
하지만 앞으로 비행기 타려면...
꼭 맞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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