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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야기 Actualité européenne

낭트 성당 화재 그 후 feat. 프랑스 대선 정국은 안개 속으로

RAPHA Archives 2021. 8. 10. 22:20

오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낭트 성당 방화범이 자신을 거둔 신부님을 살해했단 것.

 

방화범이자 살인범인 된 그는 르완다 투치족 대학살에 가담한 후투족 출신으로

2012년 프랑스로 넘어와 망명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계속해서 불법체류자로 지내며 

작년에 낭트 성당에 불을 지르고 현재까지 프랑스 영토에 머물렀던 것이다.

 

2020년 7월 불이 난 후 낭트 대성당 Loic VENANCE / AFP

 

비극의 현장이 된 몽포르탱 수도원 AFP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의 지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금 조심스럽지만, 아랍계 프랑스 마라토너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인데

이럴 때마다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마음이 생긴다.  

 

무슨 말이냐면

난민을 받아주고 불법체류자까지도 포용하는 똘레랑스의 정신 덕분에

외국인인 나도 프랑스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지만

어쨌든 나도 파리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를 받아주는 게 싫었다. 

불편함..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였으니까.

 

물론 나는 난민도 아니고 불법체류자도 아니고

학생과 합법적으로 일을 하는 외국인에게는 당연히 대우가 다르지만

외국인으로 인한 문제가 많아지면 

결국 비난의 화살은 프랑스에 사는 모든 외국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아시아인들이 싸잡아서 인종차별당하는 것처럼. 

 

역시나 이런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마린 르 펜이 한 마디를 했다. 

프랑스에서는 불법으로 지내면서 낭트 대성당을 불태우고도 절대 추방당하지 않으며 신부를 살해하는 죄를 또다시 저지를 수 있다. 

이건 국가와 내무부 장관의 완전한 실패!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마린 르 펜은 프랑스 극우의 상징, 극우의 여전사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영향을 받은 나도 2017년 르 펜이 대통령 되지 않기를 바랐었지만, 

솔직히 내가 프랑스 사람이라면 르 펜을 지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프랑스 상황은 심각하다. 

어쨌든 르 펜의 말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맞는 말이니까.

불법 체류자도 못 쫓아내고 자국민이 다 죽어가는데도 난민을 받아주는 나라가

실패가 아니면 뭘까!

 

 

코로나에 난민 문제에 경제 문제 등등...

우리와 같은 해에 대선을 치르는 내년 프랑스 대선 정국은 안개 속이다. 

2017년과 같은 구도로 마크롱과 르 펜이 다시 붙을 확률이 높을 텐데

중임제가 가능한 프랑스에서 마크롱이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극우 정당 출신이 성공할 것인가?

 

교환학생 갔을 때 만났던 친구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이었던 때였는데 

(나도 알던) 같이 어학 하던 사람 중 한 명이 취업을 했는데도 

취업 비자가 거절돼서 결국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본인도 이민자 출신이면서 외국인한테 빡빡하게 굴었던 사르코지....)

하도 싸데펑의 나라라 카더라가 많지만 

건너 건너가 아닌 한 다리만 건너 들은 것이고, 나도 알던 사람이었고

장기체류하기 전이라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막연하게 두려움만 앞섰는데

 

또 막상 나도 다시 프랑스를 들어가서 오래 살다 보니 

취업하기가 어려운 건 맞지만

하는 사람은 또 다 하고, 

취업하면 비자는 웬만하면 나오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정도만 걸으면 된단 것...

그니까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르 펜이 되는 것보다는 마크롱이 재선 하는 게 더 낫겠다.

 

 

...

작년에 화재가 일어난 후 복원 상황에 대해 쓴 글의 마무리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성당과 문화유산이 외부의 물리적인 힘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https://rapha-archives.tistory.com/11?category=958227 

 

낭트 대성당 화재와 복원

충격적인 노트르담 화재 이후, 프랑스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2020년 7월 18일 낭트 대성당에 화재가 났기 때문입니다.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노트르담 성당 화재와는 달리, 낭트

rapha-archives.tistory.com

그런데 일 년도 안 되어서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무고한 생명까지 희생이 되다니...

마음이 아프다.

희생된 신부님은 주님 품에서 안식하시길..

그리고 이제는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