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라진 건축 유산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사라진 역사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 보존과 복원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무턱대고 다 보존할 수 없으니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요.
오늘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파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파리의 사라진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부활의 샘 La fontaine de la Régénération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습격 이후 감옥으로 바뀌었던 바스티유 요새는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3년 동안 이곳은 황무지 상태로 남아 있었고, 1792년이 되어서야 무너진 잔해 위에 바스티유 광장(Place de la Bastille)이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793년, 바스티유 광장에 부활의 샘이라는 이름의 분수가 설립되었습니다. 여러 계단으로 이루어진 분수의 꼭대기에는 두 마리의 사자에 둘러싸인 이집트 여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로인클로스만 입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가슴을 조심스럽게 가리고 있습니다.
튈르리를 점령한 1792년 8월 10일을 기념하여 바스티유 광장 부지에 세워진 이 분수는 통일성과 불가분성이라고 하는 위대한 혁명의 중심적인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석고로 지어진 분수는 급격하게 손상되어 결국 몇 년 뒤에 파괴되었습니다.
#2 루나 파크 Luna Park
1909년 5월 29일 파리 최초의 놀이동산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의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ès)인 포르트 마이요(Porte Maillot)에 위치한 루나 파크는 개장 당일 파리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루나 파크를 일컬어 '세계 여덟 번째 불가사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철골 구조와 전기 설비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이 마법의 도시는 당시 파리 시민들에게는 전례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인상되는 금요일과 오후 1시에서 자정 사이를 제외하고 단 1프랑으로 방문객들은 다양한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현재로 치면 플룸 라이드,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루나 파크는 단순한 놀이공원만이 아니었습니다. 루나 파크는 권투 경기와 같은 큰 행사도 개최된 복합 테마파크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방문객에도 불구하고 루나 파크는 1984년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황무지로 변했던 이곳은 1974년 팔레 데 콩그레가 건설되고 개관한 후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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