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moine poru TOUS -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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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 다시 읽은 <좁은 문>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14)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누가복음 13:24) 앙드레 지드(André Gide)가 쓴 의 모티프가 된 성경 말씀은 분명 저 구절일 것이다. 이제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은 아마 내가 교회를 다니고 나서 일부러 읽어봤을 것이다. 그 말씀에 이끌려 읽어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 굳이 찾아서 읽어볼 만한 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책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작가와 작품의 배..

ㅡ파리에서... 가족 없이 사는 것이다! - 다시 읽은 <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François Mauriac의 를 다시 읽었다. 4학년 전공 수업 교재로 읽었으니 14년 만에 다시 읽은 것이다. 원래 한 번 읽었던 책은 다시 잘 안 읽는데, 재독 계기는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책을 번역하게 되면서였다. 문학 번역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예수님을 다룬 모리아크의 책을 운명처럼 만나게 된 이후, 모리아크의 생애, 가치관, 배경, 특히 그를 지배했던 독실한 신앙(가톨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했던 것이다. 대학 교재로 읽었던 작가, 심지어 노벨문학상을 탄 대문호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는 감개무량과 함께 그때 읽었던 책을 재독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를 집어 들었고 이어 앙드레 지드의 , 오스카 와일드의 도 다시 읽어보며 고전 탐독..

Francophile는 왜 anti-French가 됐나? - 어느 (구)사대주의자의 고백

"미술 그만둔 거, 하나님 뜻이 아닌 것 같아." 어느 토요일 오후, 남편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회사로 가는 길에 갑자기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느닷없이 하나님이 왜 나와?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은데, 난 그걸 하나님 뜻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해서 돈을 벌까,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더 벌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중에 유튜브 예찬론자(?)인 남편은 내가 열심히 만들다 그만둔 미술사 유튜브가 아까워서 계속 꾸준히 하면 좋겠다, 계속하면 언젠가 돈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 앞뒤 다 잘라먹고 저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유튜브 그만둔 게, 아니 유튜브를 넘어서 내가 전공을 때려치운 게 내가 그걸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해서 그만둔 ..

파리 쥐와 한국 쥐 - 자유 쥐 vs 노예 쥐?!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나는 유독 쥐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얼마나 싫어했냐면 - 쥐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잊고 있었던 옛 기억이 떠올랐는데 - 어릴 시절 부산에 살 때, 항구 컨테이너에 짐을 가지러 간 적이 있었다. 뜨문뜨문 기억이 나지만 아마도 풋사과를 가지러 갔던 것 같다(문득 드는 의문, 컨테이너 안에 음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때 컨테이너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걸 보았고 풋사과와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쥐를 봤다는 이유로 한동안 풋사과를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 또 때는 프랑스로 교환학생 갔던 2008년, 낭트에 놀러 갔을 때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안 육지와 강 사이(수평 아니고 수직으로.. 설명할 길이 없네)에 사람은 지나다닐 수 없는 틈이 있었는데..

무명한 자 같으나 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리뷰

우리는 왜 독서를 할까? 독서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클릭 한 번이면 다 되는 이 세상에서 왜 굳이 시간을 들여 활자로 인쇄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걸까? 독서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공감 능력 향상을 들고 싶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특히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등장인물의 상황에 공감한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길러진 공감 능력은 점점 더 타인에게 관심 없어지는 삭막하고 이기적인 세상 속에 이웃과 사회를 향한 따뜻한 공감 한 스푼을 첨가한다. 얼마 전 읽은 는 동네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아이 키우는 엄마이자,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어도 여전히 대중에게 낯선 어느 무명배우의 이야기다. 이 글의 주인공은 내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난 '배우엄마' 이..

ㅡ슈퍼스타가 된 가난한 프랑스 이민자가 내게 남긴 것 - 아프리카판 한일전, 프랑스 vs 모로코를 앞두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부터 2016년 UEFA 유로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거쳐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동계 올림픽은 제외함..)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행사를 파리에서 지켜보며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당연히 파리에서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할 것 같았던 일상은 코로나로 완전히 뒤바뀌어버렸고 인생은 한순간에 뒤집혔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 올림픽이 2021년에 치러질 줄 예상한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었듯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 마땅히 파리에서 파리 올림픽을 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나를 비웃듯(2024년 전의 이벤트는 말할 것도 없이),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한국에서 맞게 되었다(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

안티 기독교였던 나는 어쩌다 예수쟁이가 되었는가? 01 슬리퍼 신고 기도받던 아이

오랜만에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나가 일을 하던 어느 날.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심심했었던 걸까, 주로 앱으로 웹툰을 보는 나는 우연히 웹으로 네이버 웹툰 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평소에는 잘 보지 않았던 '베스트 도전'이 눈에 띄었고, 또 우연히도 어떤 한 만화가 눈을 사로잡았다. 이름하여 '예수쟁이 다이어리.'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기독교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사람, 어느 날 예수쟁이가 되다! 아니, 이거 내 얘기 아냐? 나도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었는데... 그런 내가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를 제 발로 나가는 것도 모자라 소위 말하는 '예수쟁이'가 되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이 사람은 어떻게 안티 크리스천에서 예수쟁이가 된 거지? 나와 비슷한 이..

스미다 강과 템스 강은 분명 다를 것이다 -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유산 보존 풍경

'도쿄타워'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유능한 장난감 기획자 타카리코. 그녀는 짝사랑하는 상대의 집을 보기 위해 매일 2배 이상 걸리는 수상 버스를 타고 출근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하지만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밝히지 못하는 주인공... 짝남의 집에서 보이는 '스카이트리'를 사수하는 수상한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짝남의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그녀는 몰래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러면서 타카라코는 자신의 본심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들은 런던 템즈강변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 ​ ​ 짝사랑하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한 유즈키 아사코의 은 '스미다 강'을 중심으로 한 도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스미다 강...' 의도치 않았지만 지난 1주..

현대 미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 - '예술을 위한 예술'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현대'가 붙은 대부분의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대 소설, 현대 시, 현대 연극, 현대 미술...(현대 차 까지도? ㅎㅎ) 몇 안 되는 예외가 있다면 현대 유산과 현대 역사(서양 한정) 정도일까.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이 취향 덕분에 전공 수업에서 거의 '현대' 또는 'contemporain'이란 단어가 붙은 과목은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점을 채워야 하고 시간표상 어쩔 수 없이 몇몇 과목을 들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현대 연극'이었다. 지금은 C대학 불문과 교수님이 되신 강사 선생님은 참 좋았지만,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는 열린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나는 꽉 닫힌 결말 애호가). 도대체 왜 이런 희곡을 쓴 사람이 노벨 문학..

복원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이유 - 개선문 복원 현장을 가다

며칠 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 뉴스에 나온 도시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수해가 나고 복구하는 데 100이 필요하다면, 예방하는 데에는 10이 필요하다고. 그만큼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무엇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재에서도 이 원칙은 아주 잘 들어맞는다. 문화재가 세상에 등장한 이상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손실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최대한 문화재가 원래 가진 형태나 특성을 유지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행위를 하는 모든 조치를 보존(conservation)이라고 한다. 보존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크게 보면 예방 보존(conservation préventive), 그리고 복원(restauration)이 있다. 예방 보존은 말 그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