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moine poru TOUS -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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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덕수궁에서 프랑스를 생각하다 -음악도 복원하는 문화 민주주의의 나라 프랑스 01

나의 무료 공연 이벤트(?)의 역사는 '한화 교향악 축제'에서부터 시작한다. 무려 30주년이 넘은 예술의 전당 음악당 브랜드이자 2000년부터는 '한화' 교향악 축제라는 이름을 얻은 이 국내 최고의 음악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날짜와 이유를 블로그에 남겨서 선정이 되면 초대권을 받는 그런 이벤트였다. 공연에 가고 싶었던 나는 정성껏 이유를 작성했고 무려 2012년, 2013년 연속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때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푹 빠져버려서 나의 벨소리는 아직도 라흐마니노프... 아무튼 전시회보다는 덜하지만 공연 덕후이기도 한 나는... 프랑스에서도 조수미, 조성진, 김선욱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가의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 당일에 가서야 유명세를 알았..

3년 전 그리고 오늘의 <라틴어 수업>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신기했던 점은 낯선 이들과의 소모임 활성화(?)였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소규모 취미 모임이 굉장히 활성화가 되었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적지 않은 참가비를 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모임과 토론, 발표를 싫어해서 아무리 듣고 싶은 수업이어도 수강신청할 때 가장 먼저 조모임, 토론, 발표부터 거르던 나의 성향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모임에 돈을 내고 참가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나도 이제 한국물이 다시 들었는지 (아직 참가해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그런 취미 모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참가에 앞서 남편과 모의 독서 모임이라는 걸 해보았다. 10분 정도 한 장(챕터 또는 페이지..

노트르담 화재 단상(斷想), 2년의 기록 - 화재부터 복원까지

이전에 작성했던 노트르담 단상1~4를 한 글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1. 화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노트르담 성당 화재에 대한 나의 기억은 RER에서 시작한다. 파리 근교 Parc des Sceaux 역에서부터. 벚꽃이 절정이었던 2019년 4월 15일, 파리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Parc des Sceaux를 찾았다. 지하철을 타고 RER B선으로 갈아타고 또 공원까지 걸어가야 하는 귀찮음이 있지만 언제 또 벚꽃이 떨어질지 몰라 그 귀찮음을 이겨내고서라도 갈 만한 가치가 있는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다. 파리와 파리 근교를 통틀어 최고의 벚꽃 명소! 어쩌면 여기가 천국 맛보기일지도 모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봄날 오후였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불이..

한국은 조용해지고 프랑스는 떠들썩해지는 그날-한국과 프랑스의 대학 입시 풍경

몇 년 전에 파리의 한국 문화원에서 인턴을 했었다. 그때 주로 했던 업무는 프랑스 언론에 실린 한국 기사 찾기였다. 자포니즘에서부터 지금의 망가 등 J-culture까지 오래전부터 유럽이 짝사랑하던 일본, 땅덩이 자체로 위압적인 중국, 그리고 전 세계적 관종인 북한 사이에 낀 한국의 위치상 유럽에서 한국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고, 한국 관련 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때의 강렬했던 기억 덕분인지 올해 프랑스어권 언론에 실린 한국 기사를 찾는 업무를 다시 하게 되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 관한 기사는 절대,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몇 년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도 모르고. 그런데 웬걸, (좋든 나쁘든) 한국에 관한 기사가 엄청나게 많이 발행되는 게 아닌가..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 - 파리 테러 회복의 상징이 된 파리 문장의 역사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사실 파리에서 테러가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지만 우리가 콕 집어 말하는 '파리 테러'는 무려 130명이 사망한 2015년 11월 13일 테러를 가리킨다. 그날 밤에 우리는 집에서 술을 마셨고 남편은 잠이 들었다. 나는 깨있었는데 갑자기 파리에서 테러가 났다는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혼자서 패닉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접하고 걱정할 가족들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파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 뒤 잠이 청했다. 그러나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샤를리 엡도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밖에서 벌벌 떨며 집에 들어왔는데, 파리 테러가 일어난 다음 날에도 무서워서 도저히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침에 나가..

이건희, 코톨드 그리고 나폴레옹 02

이건희, 코톨드 그리고 나폴레옹 1편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107 이건희, 코톨드, 그리고 나폴레옹 01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보고 난 후 지난 7월에 썼던 글을 바탕으로 다시 써 본 글입니다. 이전에 쓴 글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38 이건희 회장 컬렉션과 나폴레옹의 황금 월계수 잎 rapha-archives.tistory.com 그래서 이 얘기들을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지난 4월에 이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이건희 회장의 방대한 컬렉션 규모와 금액적 가치를 넘어선 문화유산적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46798#ho..

이건희, 코톨드, 그리고 나폴레옹 01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보고 난 후 지난 7월에 썼던 글을 바탕으로 다시 써 본 글입니다. 이전에 쓴 글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38 이건희 회장 컬렉션과 나폴레옹의 황금 월계수 잎 지난 4월 말부터(어쩌면 그 이전부터) 문화예술계가 떠들썩하다. 그 이유는 바로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때문.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 rapha-archives.tistory.com 지금은 좀 사그라들었지만, 지난 4월 아니 작년 10월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슈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어마어마한 미술품 컬렉션. '세기의 기증'으로 불리는 이건희 컬렉션은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석사 수업을 듣는다 02 feat.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육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석사 수업을 듣는다 01 ↴ ↴ ↴ https://rapha-archives.tistory.com/105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석사 수업을 듣는다 01 feat.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육 프랑스 대학을 다닐 때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별히 의아했던 점은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꼭 가고 싶 rapha-archives.tistory.com 이 사례는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프랑스 최고의 미술이론 분야 교육 기관 중 하나인 에꼴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도 청강 교육 과정이 있다. 일반 대학보다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데 학생들의 수업을 청강하는 것이 아닌, 청강생들을..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석사 수업을 듣는다 01 feat.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육

프랑스 대학을 다닐 때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별히 의아했던 점은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꼭 가고 싶은 학교를 가야만 했던 집념 때문이었는지 학교를 3곳이나 다녀보았는데, 석사 2학년을 다녔던 학교에서 이 현상은 유독 두드러졌다. 한국보다 빠른 (만) 나이에 학교를 들어가는 데다 학사는 총 3년이라 거기에서 또 1년이 세이브되고 남자들은 군대를 갈 필요가 없으니 유급 없이 학사를 바로 졸업만 하면 만 21, 22세에도 석사를 시작할 수도 있는 곳이 프랑스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몇십 년 일을 하다 다시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서 느지막이 석사에 입학하는 어른들도 많았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건 사실 그..

파리에서 이집트 산책하기 3 - 그 외 건축물

파리를 장식하는 다른 상징물 파리 2구 Rue du Caire, rue du Nil, rue d'Aboukir 및 rue d'Alexandrie ... 이집트의 건축적, 상징적 영향은 파리 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2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Passage du Caire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370m)로 꼽힙니다. 2 Place du Caire(파리 2구)에 위치한 이 건물의 파사드는 하토르 여신의 조각상, 상형 문자 프레스코, 연꽃이 장식된 기둥 등 호화로운 이집트 장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루브르 사각 안 뜰(Cour Carrée)의 르메르시에 날개관(Aile Lemercier) 루브르 박물관의 안 뜰에서도 고대 이집트의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