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moine poru TOUS -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

전체 글 136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어디에- 헝가리에서 우크라이나까지 : 아시타비의 3년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은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러시아의 수도도 전운이 감돌 텐데 평화로워 보였던 모스크바에서의 지난여름이 꿈같기만 하다. 하지만 나의 감정적인 회고와는 상관없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지금 이 시간은 현재 진행형인 전쟁이다. 하필 대선 기간과 맞물려, 특히 외교, 안보 정책 토론과 맞물려 전쟁이 일어났고, 그렇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대선 후보들의 시각을 살펴보는 것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우크라이나 현재 상황,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서방 국가의 입장, 한국 정부의 입장 등등 수많은 기사가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이 시간, 눈을 사로잡는 제목의..

근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 대전 01

'근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건축에 대한 글은 항상 쓰고 싶었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건축학 전공도 아니고 시중에 근대 건축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왔으니 어떻게 쓰면 좋을까, 결국 보존에 대한 불만만 쏟아내지 않을까 고민만 하던 중에 문득 떠오른 말이었다. 계기가 되어준 건 얼마 전 대전에 갔을 때였다. 출장 차 대전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건물들이 알고 보니 근대 문화재였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눈을 크게 뜨지 않았으면 몰랐을 건물들이 아까워서, 나 스스로 아카이빙을 한다는 느낌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굳이 근대 건축물을 보러 찾아갔던 인천도 아니고, 오며 가며 무수히 근대 건축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서울도 아닌 대전에 가서 글을 쓰겠다는 ..

설날이 중국의 '소프트파워' 도구가 될 때 - 부드럽지만 강력한 문화, 그리고 문화 침탈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초반.. 유럽으로 가는 국제선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변경되고, 비디오 대여 가게에서 한국 프로그램 녹화 비디오를 빌려보던 시절에서 전화방에서 국제전화를 하던 때를 거쳐 카카오톡으로 언제든 한국의 가족, 친구와 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까지... 강산이 2번이나 변하는 넘는 시간을 지나 유럽과 한국을 왔다 갔다 했지만 최근까지도 유럽에서 한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지난 글(https://rapha-archives.tistory.com/110)에서 말한 대로 자포니즘에서부터 지금의 망가 등의 J-culture까지 오래전부터 유럽이 짝사랑하던 일본, 땅덩이 자체로 위압적인 중국, 그리고 전 세계적 관종인 북한 사이에 낀 한국의 위치상 유럽이 보기에 한국은..

'자살당한 프랑스'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 프랑스(와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오랜만에 프랑스 꿈을 꾸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유세현장. 거기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각 당의 관계자, 지지자, 그리고 웬일인지 한국인들도 앉아 있었다. 마치 대통령 취임행사처럼 의자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역시 꿈이라 앞뒤 맥락이 없었던 걸까. 유세현장이라고 했는데 이미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고 했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제부터가 꿈의 하이라이트. 마린 르펜이 일어나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 옆으로 지나갔다. 한 명 한 명씩 훑어보던 르펜은 한국인들만 보이면 그들에게 욕을 했다. 쓰레기 같은 예술가들(왜 하필 예술가였는지), 너네 나라로 꺼져라. 내 앞에 시동생인지, 남편인지 아무튼 나의 가족이라는 사람이 앉아 있었고 르펜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

그냥 좋아하는 거 하면 안 될까? -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다시 만난 숨겨 왔던 나의~ 취향

사람마다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 취향이란 단어가 좀 거창하다면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꽃, 좋아하는 향수,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책... 이렇게 '좋아하는' 뒤에 명사를 붙이면 그게 자신의 취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취향이 참 확고하다, 취향이 참 한결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나의 취향은 로코코와 아르누보로 대표되는 화려한 색감, 화려한 양식, 화려한 장식 예술 스타일이다. 건축 문화유산으로 연구 주제를 정하기 전 로코코와 아르누보를 연구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이런 류의 스타일에 환장하는 나에게 화려한 양식의 성처럼 생긴 분홍색의 미스터리한 호텔(심지어 산속에 덩그러니 놓은 호텔과 같이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마니아가 좋아하는 구성이기도 하다!)이..

어느 인문학도의 고백 01 - 인문학(과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10년도 훌쩍 넘은 200x년, 어느 대학생이 있었다. 전공을 생각하면 원래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미국의 Liberal Arts College 같이 다양한 단과대가 같이 있는 종합대학(은 핑계고 가고 싶었던 학교)에 가고 싶었던 그는 재수로도 모자랐는지 삼반수까지 해서 기어코 대학에 입학한다. 그렇게 겨우 겨우 입학한 대학은 지식의 천국이었다. 재미없는 수능 공부에서 드디어 벗어나 듣고 싶은 강의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곳. 어느 누구도 무엇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곳.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을 따라가던 여느 신입생과는 다르게 (토론과 발표를 빼고) 관심 있는 분야, 관심 있는 강의로 꽉꽉 채우기에도 학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태생적으로 자발적 아싸라 학과 생활도 안 ..

뤼피니언(Lupinien)의 씹고 뜯는 Lupin 리뷰 - 씹고 뜯었지만 맛보고 즐길 수는 없는 불편한 리뷰

아무도 나에게 물어본 적 없지만, 어릴 때 나 혼자 런던 vs 파리를 매우 고심했던 적이 있다. 나는 독일에 살았었는데 베를린이나 뮌헨이 아니고, 또 영어라면 뉴욕도 있었는데 왜 하필 런던과 파리였을까. 고심 끝 후자를 선택한 나는 결국 프랑스어를 전공해 여기까지 왔는데 만약 런던을 선택했다면 영어를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었을까? 하는 가지 않은 길도 꿈꿔보기도 했다(영국 학비는 논외로 하고...). 이렇게 런던과 파리를 혼자 고민했던 이유는 아마도 셜록 홈즈 vs 뤼팽의 영향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계몽사에서 나온 디즈니 전집, 국제판 세계명작 등을 사주신 덕분에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할 수 있었고 이런 시리즈의 일환으로 셜록 홈즈랑 뤼팽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홈즈보다 뤼팽이 좋았던 나는 홈즈가..

프랑스의 égoïsme이 그리워지는 시간 -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12월도 어느새 3분의 2가 지나갔고 2022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12월 말까지 마감이라 바빠서 정말로 글을 쓸 시간이 없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쓰려고 계획해 놓은 것들은 많았는데 마지막 글을 쓰고 20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어 그대로 내 삶의 bouleversement(대혼란, 급변, 전복... 등). 여기에 모든 것을 다 쓸 수 없겠지만 쓸 수 있는 한 최대한 써보려고 한다. 힘을 빼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허무주의와 비관론적 결론밖에 쓸 수 없을 테니. 벌써 몇 달 전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이제는 위치가 바뀌었지만 외국인으로서 타지에 사는 고달픔에서부터, 내가 왜 프랑스에 가고 싶었는지 지금은 프랑스를 어떻게 ..

파리에서는 누구나 꿈을 펼칠 수 있다. 단, ...

흑인 여성 최초로 팡테옹에 안장된 조제핀 베이커 이야기 파리 13구에는 어느 한 수영장이 있다. 구마다 하나 이상의 수영장이 있는 생활체육의 도시 파리에서 하나의 수영장을 굳이 콕 집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곳은 정말 특별하다. 왜냐하면 센 강에 위치한(센 강변이 아닌 '센 강'에 위치한), 아니 센 강에 떠있는 수영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경이 환상적인데 밤에 이곳에서 수영을 하면 바또 무슈를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센 강에서 수영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3개월짜리 시립 수영장 패스를 끊으면 파리 시내의 시립 수영장 어디서든 수영할 수 있는데 이 수영장은 너무나도 인기가 좋은 나머지 특별 대우라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단연코 내가 뽑은 파리 최고의 수영장. 그리고 이곳의 이름은 ..

가을밤 덕수궁에서 프랑스를 생각하다 -음악도 복원하는 문화 민주주의의 나라 프랑스 02

#2. '문화가 있는 날'의 원조 프랑스 덕수궁에 들어가기 몇 십분 전. 갑자기 덕수궁 입장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덕수궁 입장료는 1,000원밖에 안 하지만 석조전 음악회는 전석 무료 공연인데 입장료를 받는 게 말이 되는가, 입장할 때 예약 문자를 보여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아니면 1,000원밖에 안 하니까 그냥 내고 들어갈까? 따로 안내가 나와있지 않아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는데, 이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라 덕수궁 자체가 무료입장이라는 게 아닌가. 덕수궁 무료입장으로 전석 무료 관람의 취지를 살릴 수도 있고(입장료 금액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한다"는 문화가 있는 날의 목표와 누구나 쉽게..